The Platform의 뜻은 단, 단상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 게임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뜻하기도 합니다. 프리퀄 격인 전편에 이은 영화 더 플랫폼(EL HOYO2)은 관람 후 머릿속이 복잡해져 한 번에 정리가 어려울 정도였고 한 달이 넘은 후에야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전편에 대한 스토리와 해석, 줄거리는 아래 리뷰를 통해 확인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하나하나 저의 생각을 정리하며 영화 더 플랫폼2에 대한 해석과 심층 분석을 들어가도록 할게요.
1. EL HOYO의 뜻
'엘 오요'로 읽고 hoyo는 '구덩이', '구멍'이라는 의미입니다. 좀 더 명확하게는 '시체를 묻을 구덩이' 또는 '무덤구덩이'라는 것인데. The Platform의 제목과 일맥상통하고 있죠.
수직 하강의 구조를 가진 구조물에는 가운데 직사각형의 구멍이 뚫려있고 통로를 통해 매일 한 번 음식을 실은 단상이 내려옵니다. 전편에서는 그저 음식을 먹고 사는 문제에 국한시켰다면 후편에서는 그 안에 존재하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Platform이라는 단어와 맞물려 스스로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물에 갇힌 사람들이 또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고 권력과 복종, 다스림과 항쟁이라는 복잡한 인간 단면을 이어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2. 수직 감옥의 변화, 새로운 규칙
영화 더 플랫폼2는 전편과 달리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1편과 달리 자기가 정한 음식만 먹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죽음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사미아틴(호빅 쿠흐케리안)은 피자를 선택했고, 한 여인은 자두만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매일 같은 음식만으로 살 수 없기에 한계에 부딪힌 수감자들은 다른 이의 먹거리에 손을 대기 시작하죠. 질서는 무너지고 또다시 혼돈이 엄습하면서 다한바비라는 독재자가 불법자들을 고문하고 형벌에 처합니다.
감옥에 들어올 때는 각자 선택한 물건 한 가지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주인공 페렘푸안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연필, 사미아틴은 라이터를, 트리마가시는 칼을 선택하죠. 여기서 라이터와 연필, 칼이 갖는 의미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편에서 고렝이 동키호테 책을 가지고 들어왔던 것과 비교가 됩니다.
페렘푸안은 연신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성을 표현합니다. 표현에 대한 욕구를 감옥 속에서도 발현하는 중이죠. 반면 사미아티는 라이터를 켜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불을 들여다보면서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죠. 그러다 다른 이의 음식을 훔쳐먹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완전한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에 담요를 감싼 채 불을 질러 자살합니다. 또한 전편에서 트리마가시는 살기 위해 동료의 살을 조금씩 베어먹는 데 칼을 사용하고. 이번에는 투쟁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연필은 흔적의 남김 또는 역사의 기록을, 불은 사라짐을, 칼은 폭력과 항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징적인 도구들이죠. 결국 인류의 역사는 인간이 선택한 결과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페렘푸안의 항쟁
전편에서는 동키호테 같은 존재 고렝의 시선으로 스토리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전시회 도중 사고로 남자친구의 아들이 죽음을 당하자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용서할 시간을 구하기 위해 갇힌 페렘푸안.
그녀는 정해진 룰에 따라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시간을 보내죠. 그러다 사미아티를 알게 되고 다한바비라는 독재 구도자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씩 수직감옥의 폐단과 폐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처음에는 각자가 정한 음식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룰을 지켜내지만 이내 상부층에서 어기기 시작하면서 최하층까지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게다가 같은 수감자이면서 독재권력을 휘두르는 다힌바비를 따르는 부류가 법을 어긴 이들을 야만인이라 부르면서 가차없는 형벌을 가하는 것을 목도합니다.
점차 저항적인 인물로 변하면서 그녀는 야만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모아 항쟁을 하기에 이르죠. 원인이 된 사건이 사미아탄의 자살과 팔이 잘린 여인이었습니다. 팔이 잘린 여인은 다힌 바비를 가장 무서운 독재자로 표현하며 생으로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수직 감옥에 갇힌 자들은 그 안에서 또 다른 권력구조로 지배자, 피지배자, 저항자, 빈민층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에 반항을 하기 시작한 페렘푸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4. 다한바비, 그는 누구?
영화 더 플랫폼2에서는 독재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전편에서 엉뚱하지만 실행력 있는 고렝이었습니다. 고렝은 333층까지 내려가 미히루의 딸을 지상 0층으로 보내며 결말을 보여주었는데. 이제 그가 다힌바비라는 독재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째서일까요?
스토리 전개에서 최하층에 존재했던 '거룩한 이'라 불리는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신의 살을 잘라 굶주린 자를 먹였다'는 이야기. 그것은 이모구리가 죽어가면서 보여주었던 희생을 최하층에 내려간 고렝이 실행에 옮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때문에 그는 '거룩한 이'라는 뜻의 '다힌 바비'로 칭송의 대상이 되었고 그를 따르는 구도자들( 사실, 감옥에 있는 데 똑같은 인생이면서도 누군가 나보다 낫다고 여기게 되면 동경을 하게 된다.)로 인해 전설이 되고 있었습니다.
다힌바비는 고렝이었죠. 동키호테처럼 다른 이의 사상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 고렝은 영화 더 플랫폼2에서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로 추앙받으며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다힌바비는 룰을 어지는 자에게, 이렇게 말하죠.
법은 힘이자 가혹함의 길이다.
역시 같은 수감자였을 뿐임에도 독재자로 군림하며 무자비함과 가혹함의 끝장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이익에 맞춰 법을 해석하는' 인물입니다.
5. 드디어 풀렸다!. 30일 만에 층이 바뀌는 비밀!
더플랫폼에서 가장 궁금했던 요소는 30일마다 수감자들이 다음날 깨어나보면 층수가 바뀐다는 것이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아무리 잠이 들어도 모를 수 없을 텐데. 그리고 총 666명의 사람들을 대량으로 한 번에 옮기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들이 생기는데요.
그에 대한 비밀이 확 공개되었습니다. 페렘푸안은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합니다. 30일째 되는 날 정신을 잃게 하는 가스가 투입되자 스스로 독한 약물을 삼키고 모두 토해냄으로써 마취제에서 깨어납니다. 그녀는 죽은 자처럼 보였기에 폐기물에 함께 묶여 밖으로 내보내질 상황이었죠.
그런데 매우 희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요. 모든 공간은 무중력 상태가 되어 자유자재로 층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방독면을 쓴 직원들이 잠에 빠진 사람들을 하나씩 다른 층에 날아다니며 배치하고 있었죠. 이때 7세가 된 소년을 발견한 페렘푸안은 소년을 빼내 333층으로 내려가지만 그곳에서 자신을 맞아주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네 여정은 끝났어.
그러나 저 애는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여기서 333층은 여정의 마지막 장소였습니다. 삶이 다한 사람들이 돌아가는 곳. 그곳은 무한지대와 같은 곳이죠. 페렘푸안은 죽은 동료들을 만나고 안식을 얻는 듯 보입니다. 마치 영혼들의 세계 같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편에서도 고렝은 미히루의 딸을 돌려보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깨달음으로 변화를 맞은 듯 보이는데요. 미히루 역시 중간중간 보이는 미히루의 행보로 미루어 보아 7세가 된 아이들을 수직감옥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하는 듯한 모습에서 감각이 상실된 기계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저는 이런 숏컷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다 포기했는데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혹, 3편이 나온다면 페렘푸안은 어떤 깨달음을 가지고 변화된 삶을 살아갈지 궁금해집니다.
6. 법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 더 플랫폼2는 전편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프리퀄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계급사회의 폐단을 보여주었고 딸을 향한 엄마의 희생과 사랑이라는 모토도 만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도라는 강력한 도구와 독재, 다스림과 복종, 저항이라는 의미에서 시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다힌바비는 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로서 '법을 수호하기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해진 룰을 벗어나거나 저항하려는 세력에 대해 가차없는 형벌을 내리는데 가령 사지를 묶어 컨베이어에 매달아 하강할 때 찢어죽게한다든가. 팔이나 다리를 묶어 절단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법을 수호하기 위함'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는데요. 룰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야만인이라 부르면서 차별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 살기 위해 빌붙는 자 등 마음속에 두려움 때문에 그를 따릅니다. 그리고 무자비한 행동에 동참하는 등 인간성을 잃어버리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모습은 현대 사회의 계층 간의 부조리와 폐단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페렘푸안은 처음에는 룰을 잘 지키는 인물이었지만 부조리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저항하는 인물로 성장하죠. 자신의 뜻을 피력하고 동지를 모으는 등 투쟁을 이어갑니다.
우린 항상 법을 지켰어.
우리 몫의 음식만 먹고.
우린 서로 도와야 해, 더 공정해야 해,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은 언제나 룰을 지키면서 살아가지만 늘 불공평한 대우를 받습니다. 같은 인간이면서도 정치인들이 시민을 향해 '개돼지'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차등을 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룰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불사하는 권력층의 모습과 삶과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저항하는 밑바닥 계층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적확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완벽한 세상은 도래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핵심 메시지인데요. 그 안에서 또 다른 제도가 만들어질 뿐 탈출은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우린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
그래서 완전한 탈출은 불가능해.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러나 한 번쯤 고민하며 관람할 수 있기에 다음 3편도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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