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덜은 살인자가 아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자라는 오명이 씌어진 채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요? 그것은 당해보지 않는다면 가히 이해했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소년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1999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실화를 모티브 한 작품 'The Boys'는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조진웅 등의 쟁쟁한 출연진이 생생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게 하는데요. 재심 재판에서 진범의 증언으로 진정한 자유를 얻은 세 명의 친구들이 울먹거리며 '우덜은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진한 감동을 선사받습니다.
실화는 어땠을까요?
누가 이들을 살인자로 만들었을까요?
'삼례 나라슈퍼 사건' 정보는 Movie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발생 9일 만에 인근 19~20살 청년 3명이 잡혔고 범행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져 3~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죠. 경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10년 넘게 주장했던 청년들과 달리 실제 용의자 3명을 검거했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전주지검, 부실수사 논란과 재수사 요청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진실을 알아낸 것은 전주교도소 천주교 교화위원이었던 박영희였고 그의 노력과 민간단체의 헌신 덕분에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무혐의로 풀려났던 사람 중 한 명이 진범이라고 밝히면서 전환을 맞게 되는데요. 결국 17년 만인 2016년 11월 4일에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주 지법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3명에게 총 11억 원의 형사 보상금을 지급했는데요. 문제는 2018년 대검찰청은 검사의 책임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화 자막에서도 이렇게 쓰고 있죠.
"본 사건으로 처벌받은 형사나 검사는 없었다."
The Boys 소년들
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사회고발
2023년 11월 1일 개봉
출연진 /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조진웅 외
시놉시스
영화는 1999년에 우리슈퍼에 침입해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과정에서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세 명의 소년들이 잡힙니다. 2000년 완주경찰서로 발령받은 황준철은 일명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미친개'라는 별명이 있죠. 그는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받고 석연치 않은 마음에 조사를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허점을 발견합니다.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최우성(유준상)은 그 사건으로 특진으로 높은 자리에 올랐고 황반장의 수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하며 수포로 돌아가게 합니다. 지방으로 돌다가 다시 돌아온 완주. 지역 경찰서에서 조용한 은퇴를 꿈꾸지만 16년 만에 찾아온 윤미숙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며 소년들의 재심 청구를 도와달라고 하죠.
이번에는 과연 제대로 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권력남용과 진실 은폐에 대한 폐단
저는 Movie The Boys를 보면서 권력지향주의 인물이 공권력을 남용했을 때 얼마나 큰 폐해가 생길 수 있는지 보게 되었습니다. 1999년, 밀레니엄과 구별되었던 20세기라는 점에서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경찰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요.
권력비리가 비일비재했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최우성과 오검사(조진웅)을 클로즈업하고 있죠. 최우성 역의 유준상은 서울 말씨를 사용하며 실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적인 면까지 드러냅니다. 후배들도 그를 닮아 어떡해서든 결과물을 만들기에 급급한 악인들로 보이는데요. 이들의 작중 행적은 '저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구?'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 아이들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폭행은 물론, 공포심을 이용해 심리를 압박해 거짓 자백을 받아낸 사실과 정황이 밝혀졌는데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승주와 대문을 잘 따지도 못하는 어리숙한 아이들에게 강요한 자백이 드러나게 됩니다.
또한 오검사 역시 진범들과의 대질 심문에서 강압적인 언행으로 아이들에게 겁을 주어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어린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거짓 자백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합니다.
이들은 소년들의 재심이 열리지 않도록 온갖 방법으로 방해를 합니다. 황반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식중독균 오염이라는 누명을 쓰게 하고, 경찰이 된 딸을 좌천시키면서 황반장의 마음을 괴롭히죠. 또한 가까스로 마음을 돌린 진범 이재석(서인국)의 가족을 협박해 법정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에 위해가 될 사건의 재조사를 막기 위한 행위는 파렴치를 넘어서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졌고 진범 이재석의 진술은 세 명의 무죄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최우성과 오검사 그리고 수하 부하들, 이들은 어떤 형벌을 받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후로는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
작중 인물 황반장은 2000년 우리슈퍼의 진상을 조사하게 됩니다. 날카로운 감각과 부실수사가 드러나면서 앞으로 창창한 세 아이들의 미래가 망가질 위기에 처하자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나 정작 유일한 목격자이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윤미숙(진경)이 아이들을 진범으로 지목하면서 일은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고 맙니다. 이후 16년간 좌천을 거듭하다 다시 익산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며 윤미숙이 출소한 아이들과 찾아와 재심이 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죠. 또다시 거대한 권력과 싸울 생각에 자신이 없던 황경위는 그저 피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살인자라는 오명을 쓴 채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의감이 발현되었고, 그동안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증거자료와 진범 이재석을 찾아가 증인대에 서도록 설득합니다.
한편 윤미숙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무고한 Boys를 옥살이 시킨 것을 후회하며 출소한 후 이들의 엄마처럼 보살피고 있습니다. 그녀는 황경위를 향해 애원하죠.
애들은 여전히 울 엄마 죽고 살인자로 살고 있고.
저는 비겁하게 살고 있더라고요.
도와주세요. 반장님..
자신 역시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던 터라 식당을 운영하며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살아가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던 경위는 진범 이재석의 증인 출석을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살인자로 낙인찍힌 청년들에게는 미래가 없었습니다.
늘 듣는 소리, 살인자, 사회적 낙오자라는 단어들은 움츠리도록 만들었고, 눈치 보게 만들었고, 화나게 만들었죠. 아마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죄 없이 억울하게 잡혀들어갔다면 말입니다.
이들은 직장 취직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자그마한 사건에도 범인으로 지목되어 손가락질 받아야 했죠. 연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고요. 그래서 더더욱 재심으로 무죄선고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참에 재판 이기고
장가도 가보자!
오메. 장가도 갈라고??
아직 젊은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면서 황경위는 어떻게든 재판에 이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릴 적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살인자라는 오명이 없었더라면 이들의 삶은 180도 바뀌었을 테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번 영화 소년들처럼 선입견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본 적은 없는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나는 혹여 권력과 승진에 목말라하는 악인들은 아니었는지도 말이죠. 사회에는 약자를 돕기 위한 진정한 어른들이 많습니다. 적어도 올바른 편에 서서 가치 있는 생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두 다리 뻗고 살 수 있을까?
Movie The Boys는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뛰어든 황준철 같은 사람과 후에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지만 초반에 이기적으로 행동한 바람에 젊은이들의 삶을 망가뜨린 윤미숙 같은 사람, 진실을 말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숨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탐하는 부패한 사람들도 있죠.
최승우, 오검사 등의 인물은 처음부터 양심을 버린 종족들이라 반성을 기대할 수 없지만 보통의 경우는 마음에 꽁꽁 숨어있는 양심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진범이기도 했던 이재석은 그나마 양심이 살아있어 공소시효가 지나 법의 적응을 받지 않았지만 진술을 해 주었죠. 아마도 자식이 태어나고 보니 그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길을 선택한 듯 보입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최소한 양심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으면서 내 삶을 그 위에 세울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저는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마지막에 '우덜은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세 사람의 속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얼마나 외치고 싶었던 소리였을까 생각하니 울컥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직 우리 사회에는 비리와 권력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함께 뛰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황경위처럼 말이죠. 그는 최우성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난 절대 죄없는 사람은 안 때려.
밑구멍부터 썩어빠진 놈들만 패지.
지난 16년 동안 불쌍한 애들 도와주지 못한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어떠냐.
그 미친개새끼가 사냥감 제대로 문 것이!
너그들이 경찰이냐! 깡패 새끼들이냐!
연기파 배우들의 맛깔스러움
정주행하면서 역시 설경구! 느낌표가 들었습니다. 16년이라는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장은 물론 나이를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는 모습은 무척 자연스러웠는데요. 다른 출연진 유준상, 조진웅, 진경 역시 세월을 느낄 수 있는 무게감까지 더해주었습니다.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며 보여주는 스토리 전개는 영화의 정보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바라본다면 훨씬 재미와 감동을 전해줄 것입니다. 설경구 배우의 연기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영화 소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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