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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ny`s Book Story
영화, 드라마, 시리즈

영화 패밀리 맨, 잭 캠벨의 삶의 기적

by 알럽써니 2021. 6. 24.

크리스마스에는 무언가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적어도 그렇게 믿는 사람에게는.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그런 설렘이나 기대감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팍팍한 삶을 살아온 것을 고백한다. 산타가 어디 있어, 다 지어낸 거짓말일 뿐이야. 대신 내 주먹을 믿어라. 너무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나를 깨닫지 못한 채 동화나 환상 속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너무 멀리 질주하고 있었다. 때로는 지나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면서 놓치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속도 조절도 필요한 법이다.

영화 패밀리 맨의 주인공 잭 캠벨은 성공 가도를 달리며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은 놓치고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지만 그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돌아보게 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크리스마스에는 그런 따뜻한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왠지 지금 나에게도 기적이 한 발짝 다가온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진다.

첫 장면은 상당히 인상 깊다. 최고의 로 스쿨에 합격한 케이트는 바클레이즈 은행 인턴으로 뽑혀 런던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잭에게 가지 말라고 청해보지만 잭은 서로에게 펼쳐질 멋진 인생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깊은 포옹으로 이별을 하는 두 사람.

그래 ! 선택했어!

이휘재가 MC를 보면서 방송했던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A 안을 선택한 인생의 경우와 B 안을 선택한 인생의 결말이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매 순간해야 하는 선택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방송이었는데 영화 '패밀리 맨'에서도 잭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 삶을 지켜볼 수 있는 캐미가 있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잭은 비행기에 타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대로 런던으로 향했을까?

예상대로 A 안을 선택한 잭, 13년이 지난 지금 곁에는 케이트 대신 다른 여자가 있다. 하룻밤 엔조이 상대로 이만한 여자가 없다. 런던에서 실력을 쌓고 월스트리트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투자 전문 벤처기업가인 그는 성공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야생마 같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거대 기업 합병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머쥐게 된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고 명품 페라리 550M를 타고 다닌다. 2천 달러에 달하는 양복으로 폼 나게 차려입고 거리를 나서면 모든 이들이 인사를 하며 그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 스스로 부족한 게 없다고,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다.

아마 잭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누구라도 꿈꾸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잭에게는 그야말로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기 때문.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에 날리는 눈발이 모든 것을 가진 남자를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어 준다. 코트를 여미고 뉴욕 한복판을 걷는 그. 그러나 모두가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 그에게는 다음날을 위해 잠시 몸을 쉬게 하는 공간으로 향하는 것일 뿐이다. 혼자 걷는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기다려 줄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 그가 걷는 거리를 더욱 차갑게 보이게 한다.

그래도 부유한 주머니에서는 거리의 부랑자 캐시를 위해 선뜻 200불을 내주며 그가 가진 복권과 바꿀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 그 복권이 자신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꿀 '기적'임을 알지 못한다. 때로는 낯선 이에게 내미는 손길에 전혀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선한 마음의 발로는 선한 기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사는 것보다 가끔은 이렇게 특별한 날, 우연히 다가올 산타의 선물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이 들어 삶의 의미를 '허무'하다고 말하는 대신 '행복과 기적'으로 가득한 삶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깊은 잠에 빠져든 잭 캠벨이 눈을 떴다. 이제부터는 그의 선택 B 안의 삶이 펼쳐진다. 만약 그가 런던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3년 전 케이트와의 약속을 뒤로한 채 부러 잊으며 살았던 잭 옆에 케이트가 자고 있다. 거기에 딸과 갓난 아들이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모든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잭은 자신이 살고 있는 펜트하우스로 향하지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자신의 일터에서도 마찬가지. 그렇게 망연자실한 잭 앞에 페라리를 몰고 나타난 캐시는 '모든 것이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결과를 바꿀 수는 없어요'라며 알 수 없는 말을 던진다. 무언가를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펼쳐진다.

잘나가던 잭은 하루아침에 뉴욕 변두리 집에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내 케이트는 무료 변호를 하고 있어 수입은 보잘것없고 자신은 장인이 운영하는 타이어 가게 직원이다. 매일 반려견을 산책시켜야 하고 아이들을 케어해야 한다. 변변치 않은 작업복을 입고 일터로 향하고 정기적인 볼링 모임에도 나가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자신이 아니다. 잭이 원하는 삶은 뉴욕 한복판에 있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만약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미친 또라이가 돼버릴지 모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곁에 있는 케이트는 꼴도 보기 싫을 것이고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할 것이고 직장은 당연히 관심 밖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패밀리 맨'의 주인공 잭 캠벨은 선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혼돈을 겪으며 자신의 삶이 아니라고 발버둥 쳤지만 이내 곧 삶에 적응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슴으로 깨달아 간다.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빠를 이해하고 따라주는 착하고 예쁜 딸, 눈망울만 봐도 까르르 웃어주는 아기까지 그의 가슴 한 쪽에 공허하게 남아있던 구멍을 말할 수 없는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는 가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타이어 가게의 영업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마치 찾아온 월스트리트 거물 라시터를 상대로 딜을 하기도 한다. 그의 능력에 반한 라시터는 잭을 단숨에 회사 중역으로 발탁하게 되는데....

여기서 잭 캠벨의 능력은 어디서든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잭이 13년 전 케이트를 선택해 평범함 가정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다정다감한 가장이면서도 그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을 일을 해냈을 것 같다. 눈이 소복이 쌓인 어느 날, 마당에서 딸과 뒹구는 잭은 얼굴 만면에 행복감이 가득하다. 그제서야 그가 깨달은 것은 가족의 소중함이었고 사랑이었다.

잭은 꿈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꿈이 아닌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잭은 케이트를 찾아가 자신이 얼마나 케이트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깨닫고 프랑스로 떠나려는 케이트를 붙잡는다. 그리고 '난 우리를 선택했어'라는 한마디를 던진다.

신은 아무에게나 '기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 이미 '기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선물이니까.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기적. 잭 캠벨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적은 사랑을 가지고 나타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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