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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ny`s Book Story
영화, 드라마, 시리즈

스위트홈, 이것은 질병이 아니다 저주다

by 알럽써니 2021. 6. 17.

'이것은 질병이 아니다. 저주다(크루크루)'

언제 어디서 누가 괴물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선택은 간단하다. 죽거나 괴물이 되거나

어쩌면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기발한 상상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한국형 좀비 영화가 전 세계를 휘어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전혀 색다른 괴물이 등장해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웹툰에서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한 스위트홈. 원작 웹툰은 이미 전 세계에 서비스되면서 글로벌 누적조회수만 12억 뷰를 훌쩍 뛰어넘었다. 웹툰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그대로 소환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총 10부로 제작된 시리즈에 쏟아부은 제작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역대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가운데 최고치인 290억이라고 하니 한 회당 1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소요된 셈.

스위트홈이 방영된 후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카타르, 태국, 베트남 8개국에서는 넷플릭스 플랫폼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홍콩, 페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3위, 미국 8위, 멕시코 9위, 프랑스 10위 순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첫 회 첫 장면부터 압도적으로 다가와 인상 깊게 파고 들었다. 매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마지막 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등장인물들의 현재를 이어주는 과거 회상은 주인공들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의 등장과 스토리 전개는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이야기 속으로....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린홈 아파트로 이사 온 차현수. 이삿짐이라고는 어깨에 맨 백팩과 컴퓨터 키보드가 전부다. 어딘가 우울하고 곧 쓰러질 것 같은 비쩍 마른 체구를 가진 그는 오로지 '언제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자살하기로 결심한 날 옥상에서 이은유를 마주친다. 하필, 그녀를 볼 건 또 뭐람. 그리고 시작된 괴물화. 이웃 사람이 하나 둘 괴물로 변하면서 사느냐 죽느냐, 지키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시도 안심할 수 없다.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괴물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변해 공격해온다. 처음 괴물화가 진행될 때 폭포수처럼 코피를 쏟아내며 내면에서 발현한 악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악한 목소리에 잠식당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괴물이 되는 질병. 크루크루라는 익명의 제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질병이 아니다. 저주다.' 총으로도 칼로도 죽지 않고 심장을 찔러도 죽지 않고 목을 쳐도 죽지 않는 괴물, 오직 불에 태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12층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 현수는 이미 괴물화가 진행된 상태지만 자신의 내면의 악이 목소리를 낼 때면 선한 의지로 이겨내려 안간힘을 쓴다. 아이들을 구해 14층 아저씨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있는 1층으로 향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공간. 그곳은 또 다른 인간 욕망이라는 괴물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나만 살겠다며 마트 문을 걸어 잠그는 사장과 두려움으로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면, 괴물과 용감하게 싸우며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무기를 든 사람들이 있고 다소 냉소적이어도 이성을 가지고 주민들을 지켜내는 사람이 있다. 각각의 동떨어진 삶에서 이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버린 사람들. 이들은 내면의 적과 함께 무섭게 달려드는 외부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의료과장인 남편 남상욱 소식이 묘연한 이경은 특수부대 출신 소방관이다. 그녀는 타고난 근성 때문에 두려움 없이 괴물을 마주한다. 차가운 이성을 가진 의대생 은혁은 모든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며 혼돈에 빠진 주민들을 생존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간다. 이경은 그의 냉소적이고 차가운 이성이 반갑지 않다. 그러나 카오스가 극에 달할수록 누군가는 반드시 이성을 갖추어야 한다면 은혁은 그러한 길을 스스로 택한 유일한 인물이지 않을까.

이경은 남편의 행방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 군대에 붙잡히고 차현수에 대한 정보를 건네준다. 괴물화에서 15일이 고비. 그 15일을 버텨낸 인간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풀려난 이경은 그린홈으로 돌아온다. 시시각각 새롭게 등장하는 괴물과 싸워야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사람. 그들에게 들이닥친 괴한들에게 생존권을 위협받는다. 그들과 차현수, 이경 그리고 편상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인간의 욕망, 그건 내면에서 자라는 괴물이다

" 있어요.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들이... "

괴물화가 진행되면서 현수는 그린홈 주민들을 위해 매일 괴물 사냥에 나선다. 그때마다 내면의 선과 악이 마주치며 현수의 영혼을 저울질한다. 현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죽은 아기를 그리워하며 스스로 탯줄 속에 몸을 가둔 괴물이 된 아줌마를 떠올리며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뒷받침하려는 듯 괴한들을 피해 숨었던 꼬마를 도와준 초록색 젤리 괴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을 두려워하며 낯선 이방인 취급하는 주민들의 시선은 현수를 불편하게 한다.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른다며 차가운 창고에 가두어두는 주민들, 현수는 그마저도 스스로 그곳으로 걸어들어간다. 순간순간 자신의 머릿속을 점령하듯 찾아오는 내면의 악은 현수를 유혹한다. '사람들은 너를 이용하고 죽일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신을 바짝 차리기도 하지만 그린홈을 습격한 괴한들 틈에 끼어 있는 또 다른 괴물화 인간을 통해 자꾸만 마음이 단단하게 변해간다.

"봐. 사람들은 널 이용하는 거야. 그리고 불태워 죽일 거야"

달콤하게 속삭이는 그의 말에 마음이 돌처럼 굳어가지만 내면을 지탱해 온 선한 마음이 끝까지 현수를 놓지 않는다. 또한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14층 아저씨의 희생은 현수를 괴물에게서 구해낸다.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세포마다 새기는 장면이기도 하다. 괴물화가 진행되는 14층 아저씨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현수의 괴물 팔에 찔려 난자당하면서도 사랑으로 보듬어 준 장면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만큼은 우리가 잃어서는 안되는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현수의 말처럼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이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경계해야 하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괴물이 아닐지 모른다. 그건 욕망이라는 내면의 괴물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그린홈 아파트 주민들은 온갖 인간 군상을 대표하고 있는 듯하다. 두려움이 극에 달할수록 인간의 욕망과 추한 인간성이 드러나며 갈등을 고조시킨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괴물화에 언제 자신이 걸려들지 몰라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자신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마트 사장은 가진 것을 나누려는 아내와 달리 전기가 끊겨 식자재가 상해 가는 데도 마트의 문을 걸어 잠그고 주민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는 아내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손찌검을 들어 올린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점점 더 감정이 포악해져간다. 그는 현수를 쫓아내야 한다며 소리를 높이지만 정장 자신 역시 온통 털을 뒤집어쓴 채 아내의 손에 죽어가는 운명을 맞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바라보게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면서 썩은 생선을 경비 아저씨에게 선물한 어린이집 원장, 뒷말하기 좋아하는 노처녀, 소심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온갖 군상들이 모여있다. 특히 어린아이를 유괴한 파렴치한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선한 척 행동하지만 편상욱에 의해 기꺼이 죽음을 맞는다. 망치로 그의 철면피를 박살 내는 장면은 권선징악을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조금은 잔인한 장면들이 다소 섞여 있지만 우리는 인간이 가진 내면의 진짜 괴물들을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어 혼을 내주길 바란다. (어쩌면 이 또한 내면의 쾌감을 위한 괴물의 목소리가 아닌지...)

그리고 위기에 맞서 싸우며 인간성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중심에 선한 의지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 아이 현수와 특수부대 출신 소방관으로 주민들을 지켜재는 이경, 어릴 적 트라우마로 거칠게 살아온 편상욱. 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음 시리즈에서 만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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